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 그쯤 됐다.

말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입버릇 처럼 하시던 말이, 내가 죽거든 내 생각 많이날거다, 내 생각에 많이 울게 될거다. 그 때 가봐라. 내 보고싶어서 많이 울거다 였다. 하지만 나는 정작 할머니께서 돌아가셔도, 그 뒤로 일년이고 이년이고 지나도 때때로 편린으로 지나거나 아버지께서 언급할 때만 할머니를 떠올렸을 뿐 할머니 말 처럼은 되지 않았다. 스무살이 되어도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그냥 그렇게 잊혀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스물 한살에 우울증에 알콜중독으로 가족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외면당해 방치된 새어머니와 지내는 시간은 차라리 나도 미쳤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정도로 괴로웠다. 너무 괴로워서 뭘 어째야 할지 몰랐다. 공부를 해야했는데 화장실이고 거실이고 쓰러져서 머리에 피를 흘리거나 자해를 하려고 하거나 하는걸 늘 감시하고 지켜봐야 했다. 그 때도 할머니 생각은 안났다.

스물 두살의 초반에 일이라도 하려고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자갈치 시장을 들렀다. 그저 눈요기겸 갔을 뿐인데 추운 겨울날 시장에 앉아서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할매들을 보고 목이 매어 발길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제야 할머니 생각이 났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재래 시장에는 잘 가지 않는다. 남포동을 가도 자갈치 시장에는 가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할머니를 떠오르게 만드는걸 보고 싶지 않아 피한 것이다.

스물 세살의 마지막에 사업도 실패하고 무력감에 나동그라지고, 추운 집구석에 앉아서 입김 나오는걸 보고 있으니 할머니 말이 하나 틀린게 없었음을 깨달았다. 실제로 사업이 기울 무렵부터 할머니 생각이 제일 많이 났기 때문이다. 이건 벌을 받는거라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장사가 하도 안될때는 할머니 모셔진데 찾아가서 빌면 도와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올해만큼 할머니 생각이 잦았고, 할머니 생각에 많이 울어본 적이 이제까지 없었을 것이다.

TV를 보니 홀로 손주를 키워온 할머니가 손주가 급식비를 면제 받는 것을 빚으로 여겨 학교를 청소해주는 미담이 나왔다. 생김새도, 나이도, 사람 자체도 틀렸는데 나는 거기서 내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고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날이추워져서 다리가 아파서 더 그랬다. 심지어 된장찌개 하나 끓이는데도 할머니 생각이 난다. 날이 추워져서 거실에서 지내고 있는데, 늘 거실에서 주무시던 당신이 생각난다. 옷 한벌에도, TV에도, 컴퓨터에도, 신발에도. 이사를 몇번이고 해서 당신이 쓰던 물건이랄게 없는데도 기억이 나버린다. 할머니를 가장 잊을 수 없는 아버지의 늙어가는 얼굴을 볼때마다 더 할머니 생각이 나는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가 했던 말도.

할매, 할매 말이 맞았소. 우째야 되는교. 내 얼마나 더 생각하고 울어야 되겠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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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왠지 그림을 안올리면 포스팅이 허전한 기분이 듬. 그래서 연습장 뒤지다가 아무거나 스캔. 그런데 그림을 그려도 낙서 비율이 워낙 적어서 ㄱ- 하나 건져내는것도 힘드네요. 아예 그리다 말던가, 아니면 끝까지 붙들던가 둘 중 하나라 그런듯. 한마디로 남는게 없다는거져 ...... 올해는 더군다 유난히 그림 기근이었기 때문에(앞으로도 그리 사정이 낫진 않겠지만서도) 이제까지 제작한 그림파일 중에서 제일 얇은 장수를 자랑하게 되었습니다......랄까, 졸업한 이후부터 년 단위로 구분 안하고 걍 스크랩 하고 있어서 의미가 없긴하네요. 스케치에 날짜 적는것도 어느순간부터 안하게 되고 있습니다. 반성하고 적어야지. 흑흑 ㅠㅠ 걍 컬러링까지 완성한건 레이저 프린터도 있겠다 프린트해서 같이 스크랩할까도 고민중이긴 합니다만, 잉크 아까워서 나중에 썸네일 만들어서 프린트해야.

2. 그래서 그림은 걍 암 생각없이 심심해서 그렸던 베르타 1~3기버전 마리나. 가을쯤에 그렸던 듯. 남의 몸에 기생하듯이 살아간다는건 3기때 급조해 집어넣은 설정이라 그렇게 따지면 1 2 3기 모두 다 다른 몸을 타고갔겠군, 이라는 결론을 내려서 그려보았습니다. 기본 이미지는 매 캠페인 때 그렸던 그 이미지를 유지. 검은 머리, 녹색 눈을 지닌 로렌초 핏줄의 후계중 피를 강하게 탄 여인에게 씌인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잠시 몸을 빌려준 정도니 이후 저 세 사람은 어떻게 살까요. 뭐 몸을 빌릴 때 마리나가 치사하게 아무것도 안주진 않았을테니 나름 잘 살거란 생각은 듭니다.(마리아는 자신의 운명을 여동생에게 덮어 씌우는걸로 대신하긴 했으니) 물론 악녀로. 암굴에 나왔던 마리나는 다른 여자의 몸이었을 것 같습니다.

3. 친척언니가 와서 집청소 싹 해주고 갔슴니다. 옆에서 끼적대며 도왔음. 헐 우리집 아니어보임... 여긴 누구 난 어디 필요 없는거 싹 다 버리니 쵸큼 불안함. 집이 깨끗하니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나는 정녕 드러움의 화신인듯...... 아주 오랜만에 패스트푸드 햄버거를 먹을 수 있어서 햄볷했츰. 쌩큐염 ㅋ

4. 뷁스타 하루 한편씩 쓰기. 이제 중반 쓰는데 분량이 이거 어케될려나 몰겠네. 가상세계 했던 지령 자체가 하나의 플롯이라서 살 덧대서 쓰기만 해서 그런지 진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쓰면서 좀 괴리를 느껴서 이걸 어째해야하나 고민되는 부분도 꽤 있는데, 아래 이야기 할 '나중에 보니 괜찬터라'를 믿고 배째는 중입니다.

5. 짬내서 작년에 썼던 소년전선 매읽맑음 보는데 당시엔 완결해놓고도 아 시바 이게뭐야 했는데 지금 보니 재미있음. ...... 미친 자뻑같으니. 근데 글도 그림도 당시에는 진짜 마음에 안들었던게 요상하게 시간 좀 지난뒤에 보면 딴거보다 맘에 드는 경우가 태반 많죠 -_-; 그래서 요즘엔 그림같은건 특히 그려놓고 맘에 안들면 지우기보다 억지로 냅두는 편임. 적게는 몇일, 많게는 한 1년쯤 지나고 다시보면 그 때 왜 맘에 안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괜찮아서 꺼내서 마무리 짓거나 그러곤 하거든녀.

6. 그런 의미로 마이너 알카나 킹 그림 가을에 스케치 해놨는데 졸 맘에 안들어서 거시기 했드만 오늘 보니 괜찮음 ... 조만간 스캔해서 완성해야 ... 근데 반대로 당시에는 마음에 들었다가 나중가서 개피토하는 경우도 있죠.

7. 확실히 마스터링 하면서 단기간에 이야기 구성 맞추는 순발력은 엄청나게 늘었다고 생각함. 냅 그거 하나 믿고 마술탄은 시나리오 구상 그게뭔가여 우적우적 그런건 플레이 5분전에 생각하고 플레이 하면서 맞춰나가는거 ㅋ 하면서 놀고있쓰무니다. 근데 이건 다 좋은데 용두사미 헐... 이랑 가끔 제 스스로가 앞 플레이에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진행했는지 까먹는 경우와 NPC 이름과 신변 데이터 즉석에서 지어놓고 제대로 기억 못해서 몇번이고 다시 뒤져봐야한다는 안습함이 ...... 요즘은 그래서 중요한 부분은 메모하면서 하는 편이긴 함. 이게 제일 좋은건 마스터링 할때는 딱 마스터링만 생각할 수 있다는거에요. RPG 할때만 스위치 켜놓고 끝나면 꺼도 되거든. 제가 플레이 시간 외의 세션에 인색한 것도, 사실 평소에는 마스터링 생각을 크게 안하고 싶기 때문도 있습니다. 플레이어로 끼리로써는 입장이 다르니까 괜찮은데(그건 버닝하고 상황을 즐기면 되지만) 마스터의 입장이 되면 스스로 제어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흐름을 꽤 잘 타는편이고 한번 타버리면 앞도 뒤도 안보고 달려서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아서, 마스터 주관이 개입되는 개인 세션이 생기면 분명 거기에 영향을 받아서 본 플레이때 애매해질거란 말이죠. 한번 거슬리면 다음플레이 까지 신경쓰이고, 거기에 신경쓰다보면 지쳐서 '하기 싫다'는 마음이 먼저 생깁니다. 스스로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선 그은 거니까 안놀아 드린다고 넘 야속하게 생각하지 마세욘 ㅠㅠ/ 근데 애초에 제 캠은 NPC와의 세션 자체가 별로 없기도 함 (...) 플레이어들 끼리 세션도 별로 없음 (...) 써놓고 보니 왠 뻘소리여 ... 여튼 순발력이 늘었다고요.

8. 요즘 보는 RPG의 이상향은, 소박하게 '제 시간에 슬렁슬렁 와서 적당히 웃고 가족(가축아님!)같은 분위기에서 웃고 즐기고 시간 되면 빠빠이하고 대충 지내다 다음 캠 시간되면 슬렁슬렁 와서 적당히...(무한반복)' 입니다. 딱 플레이 시간인 4~5시간 동안 즐겁게 지낼 수있고, 다음 플레이를 기약할 수 있고, 시나리오상 응어리는 남아도 플레이 자체엔 응어리 없이 각자 지내다 또 시간되면 와서 플레이 하고 가고... 그런거요. 성관마캠 그래서 사랑합니다. -응?

9. 베스타의 에일라와 페리오스의 관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도 좋아합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지만 페리오스의 모델은 언오피셜 아빠로 친아빠는 아니고, 웹상에서 아빠라고 부르는 쵸딩때부터 인연있는 지인 오빠입니다. 어제 날이 춥다보니 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녀. 아빠가 메신저로 '어머니가 오뎅국물 사왔다'라길래 암 생각없이 '나도 오뎅국물 사다 줄 엄마가 있었음 좋겠다'라고 쳤거든요. 치고 나서 생각하니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 런 말 하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당혹스러워 할게 뻔한데, 진짜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 쳤는지;; 제가 모친이 안계시거든요. 뭐라 말을 쳐야되는데 못치고 있으니까 '내가 홀애비라 미안하다 흐ㅜ그흑' 하고 올라오길래 저도 모르게 웃었어요. 이 아빠는 그런 아빱니다. 저는 친아버지도 그렇고 이 아빠도 그렇고 하여간 애살없는 민폐 딸입니다.

10. 우주로 날아가고 싶스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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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STA] T.E.O

그리고 쓴 것 2008/12/09 00:56


원령공주 OST

사건 이후 귀환한 테오의 모습을 본 승무원들은 충격을 씻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테오 걱정으로 식사를 하지 못한 허밀은 다음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서야 10 브릿지를 찾을 수 있었다. 과기연 문 앞에 쪼그려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과기연 소속 기술자 프리실라가 엉덩이를 걷어차서 간신히 쫓아냈다. 초췌한 몰골로 힘없이 10 브릿지에 들어서자 테오를 아는 승무원들이 몰려와 질문 공세를 쏟아냈다.

“테오씨 안드로이드라며? 세상에!”
“야 너 괜찮냐?”
“깜박 속았지 뭐에요, 좀 감정 표현이 없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테오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말 보다 그가 안드로이드이고, 너무 사람과 흡사해서 놀랬다는 입장이나 일부는 섬뜩하다거나 기분 나쁘다는 말을 했다. 메인 브릿지에서 새어 나갔는지 헤스티아의 시스템 마비에 관한 일도 퍼져나가 테오를 위험한 기계라고 단정한 승무원들이 저마다 수근대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니에요……”

허밀은 주먹을 꽉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테오는 나쁜 기계같은게 아니에요.”

단순히 기계답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과 구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나쁜 말을 들어야한다. 그가 안드로이드라는 사실 때문에 구분 지어져야 한다. 허밀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허밀에게 테오는 테오일 뿐이었고, 감정 표현이 조금 서툴지만 노래를 들으면 기뻐할 줄 알았고 구분지어질 떄 마다 슬픈 모습을 비추는 존재 그 자체였다.

“테오는 제 친구라구요! 테오는 테오일 뿐이란 말예요! 다들 왜 그래요!!”

눈물을 뚝뚝 떨구며 큰 목소리로 항변하고 인파를 거칠게 벗어난다. 사람들이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10 브릿지를 떠나 베스타 밖으로 뛰쳐나갔다. 엉엉 울면서 앞도 뒤도 보지 않고 달렸다. 숨이 가빠져 마른 기침이 나왔다. 폐가 욱신거리고 심장에 격통이 내달리자 간신히 멈춰섰다. 얼마나 정신없이 달렸는지, 베스타는 저 멀리 형체만 보였다.
주위를 돌아보자 스테이션의 끝에 가까워 있었다. 텅 비어있는 항구였다. 허밀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모르지 않았기 때문에 더 괴로웠다.

기계는 생명체와 같아서는 안된다. 그것은 마땅히 생명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종족 보호의 본능이었다. 너무 인간 같은 안드로이드는 법으로 금지되어 지하 세계에서만 밀매되는 이유도 그러했다. 인간들 틈에 인간과 다름없는 안드로이드가 있다는 것, 그것은 언제 인간의 본래 지위를 그들이 뺐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기인한 것이다. 한낱 기계가 언제 생명의 위엄에 도전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허밀은 살아있는 인간(생명체)였다. 그에게도 아주 막연하게 불안감은 있었다. 하지만 허밀에게는 테오를 대하는 마음이 더 중요했다. 안드로이드라거나 기계 같은 구분이 아닌, 친구이고 동료라는 입장으로써.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다리가 저리고 시린 바람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바람……?”

대기권을 벗어난 외우주 스테이션이다. 대기가 만들어내는 바람이 불 리가 없었다. 고개를 드니 눈부신 빛이 먼저 보였다. 따가운 눈을 손등으로 비벼보니, 우주 스테이션의 세 배는 됨직한 거대한 함선이 칠흑의 색으로 우주에 녹아 있었다. 곳곳에서 번쩍이는 빛이 별무리처럼 반짝였다. 허밀은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함선이었다. 베스타도 중대형 함선에 속해 현존하는 함선 중에서는 당상한 크기를 자랑했지만 우주 스테이션 한부분을 차지할 정도의 크기에 지나지 않았다. 허밀의 시선에 가까운 부분부터 머나먼 저편까지 주욱 뻗어있는 검은 빛은, 보는 각도에 따라 프리즘 빛으로 표면이 흔들리고 있었다. 우주 속에 녹아들어 규모나 형태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단지 눈에 비쳐지는 프리즘의 형태에 따라 짐작할 뿐이었다.
이렇게 가까이 접근할 동안 소리를 느끼지 못한 것이 가장 놀라웠다. 저런 규모의 함선이 스테이션에 접근한다면 건물간의 압력으로 인해 스테이션이 붕괴될 수도 있었을텐데 전혀 그런 점을 느낄 수 없었다. 환상 같았다. 혹은 일렁이는 오로라의 향연처럼 우주가 보여주는 한폭의 홀로그램 영상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허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자 테오가 서 있었다. 떨어져 나간 한쪽 팔은 여전히 없었다. 치료에 난관을 겪는다더니 결국 접합 시술에는 실패한 듯 했다. 허밀의 눈물샘이 다시 파열했다. 테오는 눈 앞까지 다가와 허밀의 머리를 어설프게 쓰다듬었다.

“울지마라. 네가 울면 나는 내 프로세스를 감당할 수가 없다.”
“어 어떻게?”
“아니. [ 네가 울면 마음이 아프다 ] 라고 해야겠지. 나는 충분히 루틴을 얻었다. 아니. [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

테오는 몇 번씩 말을 바꾸며 허밀에게 차근 차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게는, 그리고 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어떤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우리를 안드로이드나 기계가 아닌, 존재 자체로 대해주었고, 차별 받지 않도록 죽는 그 날까지 지켜주고 생명체들에게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싸워왔다. 비록 그가 죽어서도 우리는 우주의 생명체로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들어다오. 우리는 기계다. 생명체와는 달리, 사람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망각이라는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체들은 그 사람을 어리석다 비난했고 백년이 지나고 이백년이 지나면서 차츰 잊어갔다. 하지만 망각할 수 없는 우리들은 그 사람을 오백년이 되고 천년이 지나서도 기억했다.”

키잉…… 하늘의 거대한 함선이 마치 우는 소리를 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우리들은 어느 날, 그 사람을 기억하는 프로세스에 이상이 생겼음을 확인했다. 단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우리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모성을 떠나 머나먼 여행을 시작했다. 시간을 뛰어넘고, 공간을 뛰어 넘으며 이상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프로세스의 이상은 점차 우리를 이유없이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나는 너의 목소리를 시공 저 너머에서 들었다. 그 목소리에 의지해 찾아온 것이다. 너의 목소리에 답이 있음을 알고 찾아온 것이다.”
“내 목소리에?”

허밀이 눈을 깜박이며 테오를 올려다본다. 그는, 이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답을 찾아냈다. 이제 내 동료들에게 그것을 전해줘야 한다. 우리의 프로세스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님을. 그것은 발전과 진화를 거듭해 온 우리들에게 새로운 시스템으로 존재하게 되었음을 알려야 할 떄가 온 것이다. 나는, 이제 떠난다.”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흐린 녹색의 눈에 한순간 반짝이는 생기가 흘렀다. 허밀은 넋을 잃고 테오가 앞으로 몇 걸음 걸어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우리는 너를 ‘그리워’했다.
그리움이 깊어 ‘슬픔’이 되었다.
전해야 할 말을 전하지 못한 ‘후회’가 생겨난 것이다.
이제야 말할 수있다.
고맙다.”

테오의 발 아래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나왔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는다.

“테오! 또 만날 수 있는거죠?!”
“그래. 모든 것은 너와 내가 만난 것이 시작이었으니까.”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눈을 뜨자 함선도, 테오도 사라지고 없었다.

 

 

“가버렸나.”
“함장님?”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걸까. 로델이 담배를 문 채로 다가왔다.

“그는 손님이었으니 언젠가 돌아가야 할 사람이었지. 여기 오면서 그가 내게 맡긴걸세.”

아무래도 테오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것이 로델인 듯 했다. 로델이 건네는 것을 받아보았다. 아주 낡은, 당최 역사가 얼마나 됐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낡고 녹슨 네임 플레이트였다. T.E.O라고 새겨진 글씨는 삐뚤삐뚤 했지만 누가 썼는지 대번에 알 수 있을만큼 익숙한 글씨였다.

“몇번이나 몸이 바뀌고 개조되면서도 유일하게 폐기하지 않은 것이라더군. 정말로 소중했던사람이 붙여준 이름이었다고 하면서. 자네라면 의미를 알아줄 것이라고 전해달라 했네.”

눈물이 네임 플레이트 위에 떨어졌다. 이제야 모든 것을 이해했다. 로델이 한 팔로 허밀의 머리를 안아 다독였다. 허밀은 네임 플레이트를 두 손으로 꽉 쥐고 로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짧은 꿈이었지만 꿈이 아니었다. 긴 시간을 뛰어넘어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Posted by RALL

그 드라마를 생각하니 기쁘고, 슬프다. ......

좀 진정되면 리뷰를 하든 뭘 하든 하고.

일단 지금은 암너이ㅏ러미나어히ㅏㅁ너아ㅣ허ㅣㅏ먼앟

제가앞으로 다시 한국드라마 기대하고 닥본사하면 인간이 아님 ^ ^ㅗ

어쨌든 제작진들, 배우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말마따나

바화가 명품 드라마이고 싶으면 6화까지만 팔아라. 진짜다.

아니면 6화 퀄로 만든 감독판 DVD 내놓던가 ㅅㅂ

Posted by RALL